혹시 드라마 결말에서 빌런이 제대로 응징당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엔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삼달이 마지막 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방은주의 조작이 들통나는 순간보다, 조은혜가 말없이 카메라를 다시 드는 장면에서 더 뭉클했으니까요. 사이다보다 잔잔함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이 드라마를 보고 직접 느꼈습니다.드라마 결말, 방은주는 왜 제대로 응징되지 않았나드라마 내내 방은주가 저질렀던 일들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협찬 제품을 뒤에서 개인적으로 돈을 받고 몰래 화보에 끼워 넣는 이른바 뒷광고, 쉽게 말해 제3자에게 금전을 수수하고 콘텐츠에 제품을 은밀히 노출시키는 행위를 해왔습니다. 스카프며 귀고리며 컨셉과 맞지도 않는 소품을..
연애를 하면서 자기 자신이 더 싫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도시 남녀 로맨스 드라마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달달한 로맨스물이겠거니 하고 봤는데, 보다 보니 이건 연애 드라마가 아니라 한 사람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은오라는 인물이 '선아'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과정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자아성장: 가면을 쓴다는 건 나를 지우는 일이다이은오는 직장도 잃고, 사랑도 배신당한 뒤 양양으로 떠납니다. 거기서 그녀는 '윤선아'라는 다른 이름으로 살기 시작합니다. 겁쟁이 이은오는 버리고,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선아가 되기로 한 것이죠.여기서 드라마가 꽤 날카롭게 건드리는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페르소나(Perso..
저는 원래 "고등학생 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라는 스토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너무 드라마틱해서 오히려 공감이 안 될 것 같았기때문입니. 그런데 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입학식 날 첫눈에 반했던 감정이 10년을 버텨 결혼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가, 제 20대 연애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응원해주는 사람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그 사람과 나누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깨달은 드라마였습니다.첫눈에 반함 — 티 나는데 본인만 모르는 감정일반적으로 첫눈에 반함(love at first sight)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을 보면 꽤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여기서 첫눈에 반함이란 단순히 외모에 이끌리는 순간이 아니라, 상대의 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막장 드라마겠거니 하고 틀었다가, 첫 회 끝나자마자 다음 회 버튼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밤을 새워 정주행했을 정도니까요. 헤라팰리스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욕망과 계급, 복수가 뒤엉킨 펜트하우스의 전체 줄거리와 시즌별 흐름, 결말까지 정리했습니다.시즌1~2: 헤라팰리스의 욕망과 복수의 시작제가 직접 시즌1을 보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가 단순한 막장이 아니라 '계급 사회의 민낯'을 꽤 치밀하게 그려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무대는 대한민국 상위 0.001%가 모인다는 100층 건물, 헤라팰리스입니다. 여기서 헤라팰리스란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라 돈과 권력이 곧 서열이 되는 폐쇄된 소사회를 의미합니다. 입주민들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오염물'로 취..
고등학교 시절이 '낭만적'이었다고 기억하시나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게 낭만이 아니라 그냥 매일 예민하고 복잡했던 시간이었다는 걸요. 유튜브 웹드라마 은 이름이 같은 두 고등학생, 도하나와 김하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8살의 감정과 관계를 조각조각 담아낸 작품입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오한 드라마였습니다.학창시절 인간관계,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복잡했다하이틴 드라마(High-teen Drama)라고 하면 흔히 설레는 첫사랑과 반짝이는 교실 풍경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하이틴 드라마란 10대 후반, 특히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감정과 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르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장르는 가볍고 달달하다는 인식이 강..
저는 아직도 노래방에서 "내 머리가 나빠서"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드라마는 대충 흘려봤어도 OST만큼은 귀에 박혀 20년이 지나도 가사가 통째로 나오거든요. 꽃보다 남자는 일반적으로 "촌스러운 구시대 드라마"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지만, 저는 지금 다시 들여다보니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될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도, 지금 봐도 분명히 뭔가 있습니다.도파민 설계의 정석 — 왜 욕하면서 봤을까저도 처음엔 "이게 뭐야" 하면서 채널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밥 먹으면서 틀어둔 재방송이 끝날 때쯤 되면 어느새 소파에 앉아 화면을 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이건 저만 겪은 일이 아닐 겁니다.지금 와서 구조를 뜯어보면 이 드라마는 도파민 각성(dopamine priming)을 아주 촘촘하게 설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