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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고등학생 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라는 스토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너무 드라마틱해서 오히려 공감이 안 될 것 같았기때문입니. 그런데 <그 해 우리는>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입학식 날 첫눈에 반했던 감정이 10년을 버텨 결혼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가, 제 20대 연애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응원해주는 사람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그 사람과 나누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깨달은 드라마였습니다.
첫눈에 반함 — 티 나는데 본인만 모르는 감정
일반적으로 첫눈에 반함(love at first sight)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해 우리는>을 보면 꽤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여기서 첫눈에 반함이란 단순히 외모에 이끌리는 순간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 자체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와 버리는 경험을 말합니다. 최웅은 입학식 날 국연수를 처음 봤고, 그 순간부터 그 감정이 10년 내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처음 만난 순간의 인상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새삼 공감이 됐습니다. 저도 남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별 생각이 없었다고 스스로 믿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날 이후로 계속 신경이 쓰였거든요. 최웅이 연수에게 퉁명스럽게 굴면서도 결국 모든 선택의 중심에 연수가 있었던 것처럼, 첫 감정은 논리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같은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칠수록 상대에 대한 호감이 자연스럽게 쌓인다는 원리입니다. 최웅과 연수가 다큐멘터리 촬영 때부터 이미 묘한 긴장감을 형성했던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장난스러운 신경전은, 사실 둘 다 상대를 의식하고 있었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였을 거라고 봅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입학식 날 최웅의 첫 반응 — 퉁명스러움으로 포장된 의식
- 다큐멘터리 촬영 내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이
- 단순 노출 효과처럼, 함께한 시간이 감정을 천천히 쌓아 올림
이별 이유 — 말 못 한 사정이 관계를 끊는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이별은 보통 "성격 차이"나 "오해" 한 마디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해 우리는>의 이별은 좀 달랐습니다. 국연수가 최웅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지 않았고, 그 침묵이 최웅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가 드라마 전반에 걸쳐 계속 드러납니다. 연수의 진짜 이유는 가난에서 비롯된 열등감이었는데, 그걸 말했다가 웅이에게 짐이 될까봐 차라리 관계를 끊는 쪽을 택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흔한 패턴입니다. 저도 취업 준비 시절에 남자친구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힘든 내색을 자주 숨겼는데, 나중에 그 시절 얘기를 하면서 "왜 말을 안 했냐"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알 수가 없고, 그 공백이 결국 오해로 쌓입니다. 연수가 딱 그랬습니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억제(emotional suppression)라고 합니다. 여기서 감정 억제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내면에 가두는 행동 방식을 의미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신뢰를 오히려 무너뜨린다는 게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출처: NCBI —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연수가 10년 뒤 다시 웅이를 마주쳤을 때 제대로 눈을 못 마주치는 장면은, 그 억눌린 감정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줬습니다.
성장 로맨스 —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앞으로 나간다
성장 로맨스(coming-of-age romance)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랑을 통해 두 사람이 각자의 결핍을 채우고 더 나은 자신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 해 우리는>이 단순한 달달한 멜로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최웅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버려질 것 같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고, 국연수는 가난에서 오는 열등감을 이기적인 태도로 포장하며 살아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상처가 있었고, 그 상처를 서로가 건드리면서 동시에 치유해 나갑니다.
이 부분에서 제 20대가 제일 많이 겹쳐 보였습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취업 준비를 하면서 꽤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자격증 시험에 붙을 거라고, 면접 잘 볼 거라고,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곧 나아질 거라고 옆에서 계속 말해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응원이 없었더라면 그 시절을 그렇게 버텨낼 수 있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최웅이 연수의 손 하나 잡아주는 것만으로 연수가 버텨내는 장면들이 결코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해가는 지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최웅은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전시회를 열고, 연수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처음으로 직시하게 됩니다. 결국 프랑스 유학을 떠나는 최웅을 연수가 먼저 응원하고, 그 비어있는 시간을 각자의 자리에서 채워가다 다시 만나 결혼합니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연애는 관계를 약화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두 사람의 경우 오히려 서로에 대한 확신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건 "응원"을 주고받는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 해 우리는,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내용 이해가 어렵나요?
A. 1화부터 보시는 걸 강력히 권장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다큐멘터리 촬영 장면이 현재 시점과 계속 교차되는 구조라, 초반 맥락 없이 중간부터 보면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처음에 잠깐 건너뛰어봤다가 결국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Q. 최웅과 국연수가 헤어진 진짜 이유가 뭔가요?
A. 표면적으로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연수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합니다. 드라마 후반부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신의 열등감을 웅이에게 들킬까 봐 먼저 관계를 끊어낸 것이었습니다. 말 못 한 열등감이 이별의 실제 원인이었던 겁니다.
Q. 그 해 우리는은 해피엔딩인가요?
A. 네, 해피엔딩입니다. 최웅의 프랑스 유학 기간을 버티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 결혼까지 이어집니다. 쿠키 영상에서 부부 다큐 촬영 장면도 나오는데, 그게 또 꽤 귀엽습니다. 달달한 결말을 기대하고 보셔도 충분히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Q. 20대 직장인이 보기 좋은 드라마인가요?
A. 저는 20대 중반 취업 준비와 첫 직장 시절을 돌아보며 봤는데, 유독 공감 가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원물 로맨스는 학생 때 봐야 공감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에 나와 각자 자리 잡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하면서 지쳐있는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결론
<그 해 우리는>은 "첫눈에 반함이 결혼까지 간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드라마였습니다. 단순히 달달한 장면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왜 이별했는지, 왜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각자 성장해가는지를 차분하게 쌓아 올립니다. 보고 나서 제가 20대에 함께했던 사람이 떠오른 건 그 감정선이 진짜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아직 못 보신 분이라면 1화부터 천천히 보시길 권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장면과 현재 시점이 교차되는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두 사람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저처럼 자신의 20대 연애를 떠올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