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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막장 드라마겠거니 하고 틀었다가, 첫 회 끝나자마자 다음 회 버튼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밤을 새워 정주행했을 정도니까요. 헤라팰리스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욕망과 계급, 복수가 뒤엉킨 펜트하우스의 전체 줄거리와 시즌별 흐름, 결말까지 정리했습니다.
시즌1~2: 헤라팰리스의 욕망과 복수의 시작
제가 직접 시즌1을 보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가 단순한 막장이 아니라 '계급 사회의 민낯'을 꽤 치밀하게 그려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무대는 대한민국 상위 0.001%가 모인다는 100층 건물, 헤라팰리스입니다. 여기서 헤라팰리스란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라 돈과 권력이 곧 서열이 되는 폐쇄된 소사회를 의미합니다. 입주민들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오염물'로 취급하고, 그 논리가 아이들에게까지 그대로 전수됩니다.
이야기의 축은 세 사람입니다. 펜트하우스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온갖 비리의 중심에 있는 주단태(엄기준), 청아재단 이사장 자리와 성악가로서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천서진(김소연), 그리고 죽은 딸 민설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애교라는 이름으로 변신해 복수를 시작하는 심수련(이지아)입니다.
제 경험상 시즌1의 가장 강렬한 장면은 민설아가 헤라팰리스 분수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대목입니다. 입주민들이 자기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시신을 유기하고 자살로 위장하는 장면은 계급 공동체의 윤리적 붕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극적 아이러니(dramatic irony)가 작동합니다. 극적 아이러니란 시청자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등장인물은 모르는 상태가 연출하는 긴장감을 뜻합니다. 심수련이 사실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만 알고 주단태와 천서진은 모르는 구조가 시즌2 내내 이 장치를 극대화합니다.
시즌2에서 심수련은 나애교라는 분신을 내세워 주단태의 핵심 사업인 천수 지구 개발권을 흔들고, 오윤희(박은석)를 자신의 복수극에 끌어들입니다. 일반적으로 복수극은 주인공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철저히 '대리인'을 활용하는 간접 복수 구조를 씁니다. 심수련이 오윤희에게 정보를 흘리고, 윤희가 움직이고, 그 결과가 주단태와 천서진에게 타격을 입히는 식입니다. 덕분에 수련의 정체가 드러나는 타이밍 자체가 하나의 서사적 쾌감이 됩니다.
김소연의 연기는 솔직히 이 드라마의 존재 이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생활에서 그녀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알기에, 천서진이라는 열등감과 욕망 덩어리를 그렇게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특히 청아예술제 대상 트로피와 관련된 과거 장면, 그리고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뒤 피아노 앞에 앉는 장면은 시즌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연기로 꼽을 만합니다.
- 헤라팰리스: 계급과 돈이 서열을 결정하는 폐쇄적 공동체
- 민설아 사망 → 시신 유기 → 자살 위장: 시즌1의 핵심 사건
- 심수련의 나애교 변신: 시즌2 복수극의 핵심 장치
- 천서진(김소연): 열등감이 만들어낸 악인의 전형, 시즌 최고의 퍼포먼스
시즌3 결말: 모두의 몰락과 남겨진 것들
시즌3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본 것이지 재미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 강했고, 무급 환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들이 반복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3은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말하려 했던 주제를 결말에서 정리해냅니다.
시즌3의 핵심 서사 장치는 서사적 반전(plot twist)의 누적입니다. 서사적 반전이란 시청자가 사실이라고 믿던 전제를 완전히 뒤집는 전개를 뜻합니다. 로나의 사망이 위장이었다는 것, 나애교의 정체가 심수련이었다는 것, 오윤희가 민설아의 죽음에 실제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차례로 터집니다. 문제는 이 반전들이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이 나오면서 개별 반전의 충격이 희석된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반전은 한 시즌에 두세 개가 적당한데, 시즌3은 매 회가 반전이라 나중엔 그냥 '또?'가 되어버렸습니다.
결말에서 주단태는 헤라팰리스에 폭탄을 설치하고 자폭을 시도합니다. 어린 시절 시문 건설에 의해 천수 지구 불법 거주지가 철거되면서 가족을 잃은 기억, 그 트라우마가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집니다. 일반적으로 악인은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 그려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펜트하우스는 주단태에게도 '왜 이렇게 됐는가'라는 서사적 근거를 마련해줍니다. 물론 그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천서진은 딸 은별이를 보호하겠다는 욕망으로 끝까지 달리다가, 모든 것을 잃고 교도소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심수련은 복수를 완성한 뒤 강물에 뛰어드는 선택을 했고, 처음부터 자신의 죽음으로 결말을 맺을 계획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결말에 대해 마음에 안 든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는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드라마는 욕망으로 달려온 모든 사람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자리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려면 실제 한국 사회의 교육열과 계층 이동 욕구를 살펴봐야 합니다. 출처: 통계청의 사회 조사에 따르면, 자녀 교육비를 위해 가계 소비를 줄인다는 응답이 꾸준히 높게 나타납니다. 펜트하우스의 입시 비리, 청아예술제 대상 조작, 특기자 전형 로비 같은 소재가 단순히 자극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현실의 어느 지점을 건드리기 때문에 공감과 분노가 동시에 일어난 것입니다. 저도 서울 소재 대학을 목표로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하루에 얇은 문제집 한 권을 통째로 풀 만큼 매달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셨고, 어머니는 입학설명회를 대신 다니시며 저에게 맞는 전형을 찾아주셨습니다. 그 경험이 있기에 이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입시를 위해 수단이 되어버리는 장면들이 더 아프게 느껴졌습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한 인물이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기준으로 보면, 오윤희의 서사가 가장 비극적입니다. 선의로 시작해서 복수에 이용당하고, 결국 스스로도 살인에 연루되어 죽음으로 끝납니다. 반면 로나는 살아남아 무대에 섭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의 OTT 콘텐츠 시청 행태 보고서에서도 복수극 장르는 '결말의 카타르시스'에 대한 기대감이 시청 지속률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펜트하우스는 그 카타르시스를 주되, 깔끔하게 주지는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펜트하우스 시즌1이 제일 재밌다고 하는데 진짜인가요?
A. 제 경험상 그 말은 맞습니다. 시즌1은 민설아 사건이라는 강력한 중심축 하나를 유지하면서 인물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구조가 탄탄합니다. 시즌2부터 서사가 분산되기 시작하고, 시즌3은 반전의 반복으로 피로감이 쌓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즌이 길어질수록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드라마도 그 공식을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Q. 심수련이 죽는 건가요? 결말이 어떻게 됩니까?
A. 심수련은 복수를 완성한 뒤 강물에 뛰어드는 것으로 사실상 죽음을 택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의 죽음을 복수의 마지막으로 계획했던 것이 나중에 밝혀집니다. 주단태는 헤라팰리스 폭파와 함께 사망하고, 천서진은 교도소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습니다.
Q. 김소연이 펜트하우스에서 연기를 잘했다고 하는데 어느 장면이 특히 유명한가요?
A. 청아예술제 대상 트로피 관련 과거 장면, 아버지를 사망으로 내몬 뒤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제 경험상 가장 소름 돋았던 장면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독백이었는데, 착하기로 유명한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한다는 게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Q. 오윤희가 민설아를 죽인 건가요?
A. 드라마 안에서 오윤희는 민설아가 추락하던 날 그 자리에 있었고, 발버둥치는 설아의 손톱에 윤희의 DNA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윤희 본인도 이를 인정하고 자수합니다. 다만 의도적 살인인지 상황적 과실인지는 드라마 내에서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결론
다 보고 나서 '내가 뭘 본 건가'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시즌3은 솔직히 병맛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전개가 아슬아슬했고, 결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시청자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1의 흡인력, 김소연의 연기력, 그리고 한국 사회의 교육열과 계층 욕망을 건드리는 소재만큼은 분명히 제값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고민 중이라면 시즌1은 무조건 보시길 권합니다. 이후 시즌은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캐릭터들이 어떻게 몰락해가는지를 보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끝까지 볼 수 있습니다. 저처럼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보게 되는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