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후 3주가 지나도록 넷플릭스 한국 1위를 유지하며 전 세계 1위였던 '기묘한 이야기'를 밀어낸 유일한 한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2022년 JTBC에서 방영된 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조용한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보고 나서 며칠간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추앙이라는 단어가 드라마를 바꾼 방식'추앙(推仰)'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어떤 대상을 높이 받들어 우러러본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추앙이란 단순한 찬사나 칭찬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무조건적으로 응원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드라마에서 미정이 구씨에게 이 단어를 처음 꺼냈을 때, 저도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추앙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미정이 말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울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감정이 너무 깊이 눌어붙어서 움직이질 않는 거죠. 멜로가 체질의 은정이 딱 그랬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엔 가볍게 틀었다가, 은정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부터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홍대를 잃은 뒤 2년이 지나도록 혼자 홍대의 환상과 대화하며 버텨온 은정, 그 캐릭터가 단순한 서브 러브라인이 아니라 드라마 전체의 감정적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게 보였거든요.캐릭터 분석: 은정이라는 사람은정은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직업 자체가 상징적입니다. 타인의 삶을 카메라로 기록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감정은 기록하지도 마주하지도 못하고 있으니까요. 드라마 초반부터 은정의 성격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야감독 상수가 촬영 현장에서 스..
연애를 하면서 자기 자신이 더 싫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도시 남녀 로맨스 드라마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달달한 로맨스물이겠거니 하고 봤는데, 보다 보니 이건 연애 드라마가 아니라 한 사람이 스스로를 찾아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은오라는 인물이 '선아'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과정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자아성장: 가면을 쓴다는 건 나를 지우는 일이다이은오는 직장도 잃고, 사랑도 배신당한 뒤 양양으로 떠납니다. 거기서 그녀는 '윤선아'라는 다른 이름으로 살기 시작합니다. 겁쟁이 이은오는 버리고,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선아가 되기로 한 것이죠.여기서 드라마가 꽤 날카롭게 건드리는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페르소나(Perso..
저는 원래 "고등학생 때 첫눈에 반해 결혼까지"라는 스토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너무 드라마틱해서 오히려 공감이 안 될 것 같았기때문입니. 그런데 을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입학식 날 첫눈에 반했던 감정이 10년을 버텨 결혼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가, 제 20대 연애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응원해주는 사람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그 사람과 나누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깨달은 드라마였습니다.첫눈에 반함 — 티 나는데 본인만 모르는 감정일반적으로 첫눈에 반함(love at first sight)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설정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을 보면 꽤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여기서 첫눈에 반함이란 단순히 외모에 이끌리는 순간이 아니라, 상대의 존..
솔직히 저는 불륜을 다루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보는 제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드라마에서 서예지가 연기한 라엘 캐릭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륜이 분명한데 왜 응원하게 되는 걸까, 왜 이렇게 예쁘게 만드는 걸까 하는 질문이 드라마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불륜인데 왜 예쁜가 — 미화 장치의 구조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드라마에서 내연녀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불륜을 정당화하는 게 아닌가 싶어 불편했는데, 그럼에도 드라마를 끝까지 본 제 이중성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라엘이 윤겸에게 접근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유혹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서사 속에 놓여 있습니다. 반도네온이라..